중국, 왜 엔비디아(Nvidia) H20 반도체 수입을 거부하는가? | 반도체 전쟁의 새 국면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휴전 상태를 깨고 재개되었습니다. 5월 양국이 엔비디아 H20 칩 수출 금지 해제에 합의했음에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회피하라는 정부 지침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칩 수입을 자제하라는 이 조치는 예상 밖의 움직임으로, 그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H20라는 성능을 낮춘 특수 칩을 개발해 제재를 우회하려 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H20까지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엔비디아는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5월 양국은 극적인 타협안에 도달했습니다. 미국은 H20 수출 제한을 해제하고, 중국은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죠. 이에 엔비디아 CEO는 7월 베이징을 방문하며 중국 기술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를 거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보안입니다. 당국은 미국 칩에 해킹·위치 추적·원격 작동 중단(킬스위치) 기능이 내장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기관이나 주요 인프라에 사용될 경우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테슬라(Tesla)와 애플(Apple) 제품에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 건물 주변에서 테슬라 차량 사용을 금지하고, 공무원의 아이폰(iPhone) 사용을 제한한 바 있는데, 모두 미국의 감시 가능성과 킬스위치를 이유로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정입니다.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현재 중국산 칩이 엔비디아의 최상급 모델과 경쟁하기는 어렵지만, H20 수준과는 대등한 성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H20는 이미 중국이 보유한 구형 칩"이라며 "다른 이름으로 동급 제품을 생산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안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H20를 수입할 필요성이 낮아진 셈입니다.

중국의 결정은 미국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 매출의 13%, AMD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입니다. 이에 양사는 중국 판매 확대를 위해 전례 없는 조건의 협상까지 진행했습니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귀속시키는 수익 분배 계획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분기 100억 달러를 벌어들이면 백악관은 15억 달러를 받게 되는 셈이죠. 그러나 중국의 구매 거부가 지속될 경우, 이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전망입니다.

현 상황은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니 합의"의 맹점을 드러냅니다. 해당 합의는 공식 문서나 법적 조약 없이 구두로 이루어진 악수 협상이었습니다. 양국이 각자 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는 모호한 포인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3개월 만에 실행 차질이 발생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H20가 군사용 제품도 아니고 정부 인프라용으로 설계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중국의 입장 변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향후 중국의 선택은 국내 공급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중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엔비디아나 AMD 칩 수입을 재개해야 할 것입니다.